바로보고 싶다

artlong.egloos.com

포토로그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의 정의'를 바꾸었는가? 건강

저는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나 결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 정의했다고 배웠습니다. 아마 '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를 번역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의 정의에 영적인 요소를 추가했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내용의 글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결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spiritually)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비의료계 인사 뿐 아니라 의사들이 쓴 글 중에도 그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세계보건기구가 '건강의 정의'를 바꾼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www.who.int)에서 'Frequently asked questions(http://www.who.int/suggestions/faq/en/)'에는 내용이 다음과 같은 나옵니다.(2006년 11월 21일 방문. 2018년 11월 28일 재방문)

What is the WHO definition of health?

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The bibliographic citation for this definition is: Preamble to the Constitutio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as adopted by the International Health Conference, New York, 19 June - 22 July 1946; signed on 22 July 1946 by the representatives of 61 States (Official Records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no. 2, p. 100) and entered into force on 7 April 1948. The definition has not been amended since 1948.


세계보건기구의 '건강의 정의'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뿐 '영적(spiritual)' 요소는 들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글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이 정의는 1948년 이후 개정된 적이 없다(The definition has not been amended since 1948)'고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의 정의'를 바꾸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일까요? 자료를 검색해보니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98년에 '건강의 정의'를 바꾸려고 검토하였습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의 정의'를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가 개정을 의결했다'고 전했고 어느 신문에서 그것을 기사화하였습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세계보건기구의 공식문서를 확인하지 않고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의 정의를 개정하였다'고 말하고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홈페이지에 의하면 2014년에 발행한 WHO 기본문서(Basic Documents 48th edition)에도 '건강의 정의'는 바뀌지 않았다고 되어있습니다(http://apps.who.int/gb/bd/PDF/bd48/basic-documents-48th-edition-en.pdf 2018년 11월 26일 방문).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의 정의에 영적인 요소를 포함시켰다'고 쓰시려는 분들께서는 세계보건기구의 홈페이지 내용을 확인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떤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야 큰 잘못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들게 퍼뜨려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은 좀 더 큰 잘못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도록 조언해준 홍경표 학형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예전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박덕영님의 글(WHO건강개념에 영적건강 포함?? http://www.prevdent.or.kr/cgi-bin/board/board.cgi?id=ms&page=1&action=view&number=15.cgi&simple=yes)은 연결이 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처음 올린 날 ; 2006-11-21
마지막 고친 날 ; 2018-11-26

사이비 과학을 다룬 책 2권

사이비 과학은 우리 주변에 넘쳐나지만 사이비 과학을 다룬 책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어렵사리 찾는다고 해도 대부분 외국인이 쓴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책은 UFO, 외계인 지구방문, 영매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어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느껴지곤 합니다.

사이비 과학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이 쓴 흔치 않은 책을 접했기에 소개합니다. 그 중 하나는 `유사과학 탐구영역(계란계란 지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입니다. 이 책에서는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식물부터 효소액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제를 만화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쉽게 풀어낸 지은이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굳이 작은 흠을 하나 잡는다면 설명이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어쩌면 저만 그렇게 느낄지도....).

다른 하나는 `과학이라는 헛소리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박재용 지음. MID 펴냄)`입니다. 이 책은 `흰 사슴이 나타나면 좋은 일이 생길 징조다` 처럼 특별한 의도 없이 전해지는 비과학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퍼뜨리는 사이비 과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전자파, 산성체질, 혈액형과 성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쓴이에 따르면 중학생 이상의 지식이 있으면 읽을 수 있을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혹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지어내고 퍼뜨리는 헛소리를 당연하다고 여기며 속고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여러 제한 때문에 책에서 모든 주제를 다룰 수는 없지만 이 두 권의 책에서 점술, 전통중국의학 등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11-7

궤양성 장염과 크론병 건강

기생충의 박멸은 심지어 새로운 질병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장염과 크론병은 오늘날 1백만 명의 미국인이 걸려 있다. 둘 다 환자의 면역체계가 창자벽을 악랄하게 공격한다. 이렇게 유발된 염증은 환자의 소화 기능을 망가뜨리고, 때때로 외과의사는 손상된 장을 상당 부분 잘라내야만 한다. 두 병 모두 일생 동안 환자를 괴롭힐 수도 있지만, 어느 것도 아직까지 완치방법이 없다.

그러나 오늘날 그렇게 흔한 장염과 크론병도, 1930년대 이전에는 그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그 병이 발생한 사례는 뉴욕시에 거주하는 잘 사는 유대인들의 가정에서였는데, 그래서 의사들은 그 병이 유전적인 질병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곧 유대인이 아닌 백인들도 그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 병이 흑인들은 거의 걸리지 않는 것을 보고 여전히 유전적인 병으로 여겼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자, 흑인들도 마찬가지로 그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미국 이외의 지역을 살펴보니, 또 다른 특징적인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지구상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병들이 실제적으로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가난에서 급속하게 부를 성취한 두 나라인 일본과 한국에는 장염과 크론병이 지금 크게 유행하고 있다.

- 기생충 제국(Parasite Rex 칼 짐머 Carl Zimmer 지음. 이석인 옮김. 궁리 간 2004) 331쪽 - 332쪽에서 옮김

이 글에서 말하는 '장염과 크론병'은 아마 '궤양성 장염과 크론병', 우리가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함께 부르는 두 병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학교에서 '우리나라에서 궤양성 장염은 간간이 보고되지만 크론병은 보고된 적이 없다'고 배웠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크론병을 학계에 사례 보고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사례 보고를 접하는 분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결핵처럼 병리학 소견이 비슷한 병을 오인한 것이 아닌가?'와 '외국 사례에서는 흔한 전신 증상을 동반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이 지금 생각나는 주된 논점이었습니다. 1980년대와는 달리 지금 우리나라에 염증성 장질환은 그리 드문 병이 아니죠.

'기생충제국'에 이 두 질병의 역사가 간단히 정리되어 있어 소개합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8-24

`바른 마음`을 읽었습니다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Jonathan Haidt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간)"을 읽었습니다.
우파와 좌파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하여, 그 차이의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519쪽에서 일부를 인용합니다.

진보주의는 확실히 적정선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하며, 고의는 아니더라도 사회에 쌓인 도덕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보수주의자들은 쌓여 있는 도덕적 자본은 잘 지켜내지만, 특정 계층의 희생자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으며, 모종의 강력한 이해관계에 따른 약탈을 제어하지 못하며,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제도를 바꾸거나 고칠 줄 모른다는 약점이 있다.

521쪽에서는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다음과 같은 글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의 논쟁에서(즉,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그 모든 종류의 논쟁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은 저마다 한편으로는 옳고 또 한편으로는 그르다. 인간에게서 사회적 단결은 꼭 필요한 것이나, 이제까지 인류가 순전히 이성적 논변만으로 그 단결을 이루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동체는 어느 곳이나 정반대되는 다음의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게 되어 있다. 하나는 지나친 규제와 전통 존중으로 인해 사회가 경직되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개인주의와 개인의 독립성 심화로 협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사회가 와해되거나 외세에 정복당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올린 날 : 2018-7-30


산행 실패기 등산

어떤 사람들은 SNS 때문에 더욱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SNS에는 다른 사람들의 재미있는 일, 예쁜 곳, 성공적인 일이 많이 올라오는데 자신의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올리는 내용들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대부분 뭔가 해낸 일, 자랑하고 싶은 일을 올립니다. 실제로는 해내지 못한 경우도 무척 많은데 그런 이야기는 올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해내지 못한 이야기, 그러니까 실패담을 하나 올립니다.

등산을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짐을 어떻게 싸느냐 하는 것입니다. 많이 가지고 가면 불편이 줄어들지만 짐은 무거워집니다. 체력이 좋았던 젊었을 때와는 달리 무거운 배낭은 여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체력에 부담이 적은 단거리 산행에는 넉넉히 가지고 갑니다. 그렇지만 장거리 산행에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될 수 있으면 조금만 가지고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배낭을 꾸려 등에 메보면 어깨가 묵직합니다.
     
지난 22일 금요일 저녁 8시에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그동안 꿈꾸어오던 장거리 산행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면소재지에서 버스에서 내려 다른 차편으로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자정 무렵입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불빛이 어둡습니다. 더 밝게 하려고 이리 저리 만지다보니 붉은 빛만 나옵니다(제 헤드랜턴은 건전지 수명이 다하면 붉은 빛으로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집에서 새 건전지를 끼우고 테스트까지 마쳤는데 그렇습니다. 건전지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구입한 지 오래된 것이었나 봅니다. 여분의 건전지는 가지고 오지 않았고 다른 랜턴도 없습니다(새 건전지를 사용하면 7-8시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니 짐을 줄이기 위해 다른 건전지와 랜턴를 준비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산행을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되돌아가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고 날벌레는 많아 너댓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는 택시를 부를 수도 없습니다.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골 택시는 대부분 개인택시라서 밤이 늦으면 call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버스 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길에는 사람은커녕 차도 다니지 않습니다. 구름이 끼었는지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길만 희미하게 보입니다. 심지어 사거리에 있는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것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어두운 덕분에 반딧불을 여럿 보았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반딧불을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참 오랫만입니다.

한참을 걸어 면소재지에 도착하니 1시 정도입니다. 앱을 보니 7km 정도를 걸었네요. 시가지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고 24시간 편의점에도 직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뭘 좀 물어볼까하고 파출소에 가보니 불은 켜져있는데 책상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서울 가는 첫차는 7시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이런...

여섯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하고 있는데 인천공항 가는 버스가 2시 20분에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6월 15일부터 신설된 노선이랍니다. 인터넷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버스가 오려나 걱정됩니다. 다행히도 버스가 제 시간에 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집에 들어오니 아침 8시가 조금 못 되었습니다.

야간산행 10여년에 랜턴이 켜지지 않아 등산을 시작하지도 못한 첫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년 6월 24일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