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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양성 장염과 크론병 건강

기생충의 박멸은 심지어 새로운 질병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장염과 크론병은 오늘날 1백만 명의 미국인이 걸려 있다. 둘 다 환자의 면역체계가 창자벽을 악랄하게 공격한다. 이렇게 유발된 염증은 환자의 소화 기능을 망가뜨리고, 때때로 외과의사는 손상된 장을 상당 부분 잘라내야만 한다. 두 병 모두 일생 동안 환자를 괴롭힐 수도 있지만, 어느 것도 아직까지 완치방법이 없다.

그러나 오늘날 그렇게 흔한 장염과 크론병도, 1930년대 이전에는 그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그 병이 발생한 사례는 뉴욕시에 거주하는 잘 사는 유대인들의 가정에서였는데, 그래서 의사들은 그 병이 유전적인 질병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곧 유대인이 아닌 백인들도 그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 병이 흑인들은 거의 걸리지 않는 것을 보고 여전히 유전적인 병으로 여겼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자, 흑인들도 마찬가지로 그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미국 이외의 지역을 살펴보니, 또 다른 특징적인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지구상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병들이 실제적으로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가난에서 급속하게 부를 성취한 두 나라인 일본과 한국에는 장염과 크론병이 지금 크게 유행하고 있다.

- 기생충 제국(Parasite Rex 칼 짐머 Carl Zimmer 지음. 이석인 옮김. 궁리 간 2004) 331쪽 - 332쪽에서 옮김

이 글에서 말하는 '장염과 크론병'은 아마 '궤양성 장염과 크론병', 우리가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함께 부르는 두 병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학교에서 '우리나라에서 궤양성 장염은 간간이 보고되지만 크론병은 보고된 적이 없다'고 배웠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크론병을 학계에 사례 보고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사례 보고를 접하는 분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결핵처럼 병리학 소견이 비슷한 병을 오인한 것이 아닌가?'와 '외국 사례에서는 흔한 전신 증상을 동반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이 지금 생각나는 주된 논점이었습니다. 1980년대와는 달리 지금 우리나라에 염증성 장질환은 그리 드문 병이 아니죠.

'기생충제국'에 이 두 질병의 역사가 간단히 정리되어 있어 소개합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8-24

`바른 마음`을 읽었습니다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Jonathan Haidt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간)"을 읽었습니다.
우파와 좌파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하여, 그 차이의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519쪽에서 일부를 인용합니다.

진보주의는 확실히 적정선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하며, 고의는 아니더라도 사회에 쌓인 도덕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보수주의자들은 쌓여 있는 도덕적 자본은 잘 지켜내지만, 특정 계층의 희생자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으며, 모종의 강력한 이해관계에 따른 약탈을 제어하지 못하며,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제도를 바꾸거나 고칠 줄 모른다는 약점이 있다.

521쪽에서는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다음과 같은 글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의 논쟁에서(즉,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그 모든 종류의 논쟁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은 저마다 한편으로는 옳고 또 한편으로는 그르다. 인간에게서 사회적 단결은 꼭 필요한 것이나, 이제까지 인류가 순전히 이성적 논변만으로 그 단결을 이루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동체는 어느 곳이나 정반대되는 다음의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게 되어 있다. 하나는 지나친 규제와 전통 존중으로 인해 사회가 경직되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개인주의와 개인의 독립성 심화로 협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사회가 와해되거나 외세에 정복당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올린 날 : 2018-7-30


산행 실패기 등산

어떤 사람들은 SNS 때문에 더욱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SNS에는 다른 사람들의 재미있는 일, 예쁜 곳, 성공적인 일이 많이 올라오는데 자신의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올리는 내용들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대부분 뭔가 해낸 일, 자랑하고 싶은 일을 올립니다. 실제로는 해내지 못한 경우도 무척 많은데 그런 이야기는 올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해내지 못한 이야기, 그러니까 실패담을 하나 올립니다.

등산을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짐을 어떻게 싸느냐 하는 것입니다. 많이 가지고 가면 불편이 줄어들지만 짐은 무거워집니다. 체력이 좋았던 젊었을 때와는 달리 무거운 배낭은 여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체력에 부담이 적은 단거리 산행에는 넉넉히 가지고 갑니다. 그렇지만 장거리 산행에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될 수 있으면 조금만 가지고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배낭을 꾸려 등에 메보면 어깨가 묵직합니다.
     
지난 22일 금요일 저녁 8시에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그동안 꿈꾸어오던 장거리 산행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면소재지에서 버스에서 내려 다른 차편으로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자정 무렵입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불빛이 어둡습니다. 더 밝게 하려고 이리 저리 만지다보니 붉은 빛만 나옵니다(제 헤드랜턴은 건전지 수명이 다하면 붉은 빛으로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집에서 새 건전지를 끼우고 테스트까지 마쳤는데 그렇습니다. 건전지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구입한 지 오래된 것이었나 봅니다. 여분의 건전지는 가지고 오지 않았고 다른 랜턴도 없습니다(새 건전지를 사용하면 7-8시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니 짐을 줄이기 위해 다른 건전지와 랜턴를 준비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산행을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되돌아가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고 날벌레는 많아 너댓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는 택시를 부를 수도 없습니다.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골 택시는 대부분 개인택시라서 밤이 늦으면 call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버스 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길에는 사람은커녕 차도 다니지 않습니다. 구름이 끼었는지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길만 희미하게 보입니다. 심지어 사거리에 있는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것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어두운 덕분에 반딧불을 여럿 보았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반딧불을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참 오랫만입니다.

한참을 걸어 면소재지에 도착하니 1시 정도입니다. 앱을 보니 7km 정도를 걸었네요. 시가지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고 24시간 편의점에도 직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뭘 좀 물어볼까하고 파출소에 가보니 불은 켜져있는데 책상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서울 가는 첫차는 7시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이런...

여섯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하고 있는데 인천공항 가는 버스가 2시 20분에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6월 15일부터 신설된 노선이랍니다. 인터넷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버스가 오려나 걱정됩니다. 다행히도 버스가 제 시간에 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집에 들어오니 아침 8시가 조금 못 되었습니다.

야간산행 10여년에 랜턴이 켜지지 않아 등산을 시작하지도 못한 첫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년 6월 24일

산에서 큰다 등산

山에서 큰다
 
          이해인

나는
山에서 큰다

언제나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대답 없는 대답
침묵의 말씀

고개 하나
까닥 않고
빙그레 웃는 山

커단 가슴 가득한
바위
풀향기

덤덤한 얼굴빛
침묵의 聖者

인자한 눈빛으로
나를 달래다
호통도 곧잘 치시는
오라버니 山

오늘도
끝 없이
山에서 큰다

1975

(이해인 시집 민들레의 영토. 가톨릭출판사 간. 1976)

처음 올린 날 : 2018년 6월 23일

#성소수자_LGBT(Q)

차별이 있을 때, 차별을 겪지 않는 사람이나 차별을 하는 사람은 차별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차별을 겪는 사람의 입과 글을 통해 차별에 대하여 알게되고 공감하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맨 첫 단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스티븐 핑커가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_LGBT(Q)(강병철 등 지음. 알마출판사 간)`을 읽으면서 성소수자의 차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부지불식간에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다섯 꼭지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섯 글이 모두 저에게는 새로 알게된 사실과 생각할 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문체를 보면 세 글은 단순명쾌해서 저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읽기가 편했습니다. 그런데 두 꼭지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무척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 중 하나는 한두 쪽이면 충분할 내용을 수십 쪽에 걸쳐서 늘어놓아 읽기에 편치 않았습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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