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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실패기 등산

어떤 사람들은 SNS 때문에 더욱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SNS에는 다른 사람들의 재미있는 일, 예쁜 곳, 성공적인 일이 많이 올라오는데 자신의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올리는 내용들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대부분 뭔가 해낸 일, 자랑하고 싶은 일을 올립니다. 실제로는 해내지 못한 경우도 무척 많은데 그런 이야기는 올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해내지 못한 이야기, 그러니까 실패담을 하나 올립니다.

등산을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짐을 어떻게 싸느냐 하는 것입니다. 많이 가지고 가면 불편이 줄어들지만 짐은 무거워집니다. 체력이 좋았던 젊었을 때와는 달리 무거운 배낭은 여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체력에 부담이 적은 단거리 산행에는 넉넉히 가지고 갑니다. 그렇지만 장거리 산행에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될 수 있으면 조금만 가지고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배낭을 꾸려 등에 메보면 어깨가 묵직합니다.
     
지난 22일 금요일 저녁 8시에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그동안 꿈꾸어오던 장거리 산행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면소재지에서 버스에서 내려 다른 차편으로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자정 무렵입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불빛이 어둡습니다. 더 밝게 하려고 이리 저리 만지다보니 붉은 빛만 나옵니다(제 헤드랜턴은 건전지 수명이 다하면 붉은 빛으로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집에서 새 건전지를 끼우고 테스트까지 마쳤는데 그렇습니다. 건전지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구입한 지 오래된 것이었나 봅니다. 여분의 건전지는 가지고 오지 않았고 다른 랜턴도 없습니다(새 건전지를 사용하면 7-8시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니 짐을 줄이기 위해 다른 건전지와 랜턴를 준비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산행을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되돌아가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고 날벌레는 많아 너댓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는 택시를 부를 수도 없습니다.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골 택시는 대부분 개인택시라서 밤이 늦으면 call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버스 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길에는 사람은커녕 차도 다니지 않습니다. 구름이 끼었는지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길만 희미하게 보입니다. 심지어 사거리에 있는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것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어두운 덕분에 반딧불을 여럿 보았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반딧불을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참 오랫만입니다.

한참을 걸어 면소재지에 도착하니 1시 정도입니다. 앱을 보니 7km 정도를 걸었네요. 시가지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고 24시간 편의점에도 직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뭘 좀 물어볼까하고 파출소에 가보니 불은 켜져있는데 책상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서울 가는 첫차는 7시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이런...

여섯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하고 있는데 인천공항 가는 버스가 2시 20분에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6월 15일부터 신설된 노선이랍니다. 인터넷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버스가 오려나 걱정됩니다. 다행히도 버스가 제 시간에 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집에 들어오니 아침 8시가 조금 못 되었습니다.

야간산행 10여년에 랜턴이 켜지지 않아 등산을 시작하지도 못한 첫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올린 날 : 2018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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