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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을 들으면 밥도 잘 상하지 않는다? 언론매체

가장 저열한 어리석음은 명백한 거짓에 대한 열렬한 믿음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의 속성이다.
- H. L. 멘켄 H. L. Menken(Korea Skeptic vol.3 181쪽에서 재인용)

한 지상파 TV가 '말의 힘'이란 실험 다큐를 방송한 적이 있다. 갓 지은 쌀밥을 두 유리병에 나눠 담고 각 병에 '고맙습니다' '짜증 나!'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병을 전달한 뒤 한 달 동안 '고맙습니다' 밥에는 칭찬의 말을, '짜증 나!' 밥에는 부정적 말을 들려줄 것을 주문했다.
4주 후 모든 병을 회수했더니 한눈에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고맙습니다' 밥에는 군데군데 하얀 곰팡이가 생기고 누룩 냄새가 난 반면, '짜증 나!' 밥은 시커먼 곰팡이에 뒤덮인 채 썩어 버렸다. 참가자들은 "밥풀에 귀가 달린 것도 아닌데…"라며 놀라워했다. 이를 응용한 실험으로 일부 학교는 학생들에게 긍정적 언어의 힘을 깨우쳐 주기 위해 칭찬받는 고구마와 그렇지 않은 고구마의 생육실험을 종종 활용한다

2018년 5월 9일 동아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비슷한 글은 또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일이 있습니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사과 두 개를 놓고 아이들에게 한쪽 사과에게는 '미워, 나빠, 못생겼어' 같은 나쁜 말을 하고, 다른 쪽 사과에는 '사랑해, 예뻐' 같은 좋은 말을 해보라고 시켰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니 당연히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했지요. 그리고 나선 사과를 잘라보니 나쁜 말을 들은 사과는 속이 멍이 들어있었고, 좋은 말을 들은 사과는 아주 싱싱했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교사는 말했답니다. 사과 하나도 좋은 말을 들을 때와 나쁜 말을 들을 때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사람은 더하지 않겠냐. 서로서로에게 좋은 말 고운 말을 하도록 하자. 그런데 사실 교사가 나쁜 말 사과를 일부러 쳐서 멍이 들도록 만들었다는 게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과학이라는 헛소리 :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박재용 지음. MIB 간. 2018) 174쪽부터 175쪽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것 같지 않은 물, 쌀밥, 고구마, 사과, 양파와 같은 물체가 사람의 말과 감정에 반응한다는 주장은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을 쓴 일본인 에모토 마사루江本勝가 처음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람에게 좋은 말을 들은 물을 얼리면 보기 좋은 결정을 이루고, 쌀밥은 오래 두어도 잘 상하지 않는다는 식이죠.

이런 류의 주장 중에 좋은 말을 들은 쌀은 잘 상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실험결과가 있어 소개합니다. 실험방법으로 무작위 맹검법을 사용했는데 22쌍의 용기에 쌀을 담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각 쌍 중 하나에는 긍정적인 말을, 다른 하나에게는 부정적인 말을 반복하고 2주후에 결과를 보았더니 부정적인 말을 들은 쌀이 더 썩은 경우는 7쌍, 긍정적인 말을 들은 쌀이 더 많이 썩은 경우는 15쌍이었습니다. 흔히 알려진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실험을 소개한 사람들은 흔한 예상과는 달리 '쌀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더 잘 썩는다'고 결론내리지 않았습니다. 실험에 사용한 쌀이 피학적인 성향이 있을 가능성, 생명을 잃은 쌀이 아닌 생명체인 박테리아가 긍정적 메시지를 받아들여 왕성하게 증식했을 가능성 등 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실험의 결과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으면서 쌀이 인간의 말과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이 실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Korea Skeptic vol3. 50쪽에서 55쪽에 걸쳐 실린 '물을 답을 알고 있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험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말을 들은 쌀밥은 잘 상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믿는 사람도 유명 언론사의 논설위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워 맨 앞에 소개한 동아일보의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80509/89986916/1

처음 올린 날 : 201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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